백남준, <세계와 손잡고>, 1988, 스틸 이미지, 백남준아트센터 비디오 아카이브.
온라인 프로젝트
NJP x KF 세계와 손잡고
2022. 11. —
백남준 탄생 90주년 한국국제교류재단 협력 프로젝트
백남준 탄생 90주년을 맞아 백남준아트센터는 한국국제교류재단, 57Studio와 함께 《세계와 손잡고 Wrap Around The World》 영상 시리즈 5편을 제작하였다. 백남준의 위성 프로젝트 3부작 중 마지막 편이었던 1988년 동명의 작품을 모티브로 하여, 백남준아트센터 온라인 비디오 아카이브인 “백남준의 비디오 서재”를 연구 플랫폼으로 삼아 2022년 동시대의 창작자들이 백남준의 영상 언어와 그 안에 담긴 백남준의 소통과 평화의 염원을 오늘의 영상 미학으로 다시 풀어냈다.
백남준의 <세계와 손잡고>는 서울 올림픽이 열리기 일주일 전인 1988년 9월 11일에 생방송된 작품이다. 전작인 <굿모닝 미스터 오웰>, <바이 바이 키플링>과 마찬가지로 대중문화 팝가수들과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함께 어우러졌으며, 냉전이 종식되어 가던 시대를 상징하듯이 러시아와 중국을 포함하여 11개국 방송사가 참여하였다. 중국은 쿵푸와 곡예, 브라질은 살사 카니발, 아일랜드는 자동차 경주, 독일은 브람스 생가 콘서트 등 각국의 대표적인 문화 소재가 다뤄졌다. 한국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에 설치된 <다다익선> 앞에서 사물놀이 공연이 열렸고, 도포를 입고 갓을 쓴 백남준이 뉴욕에서 제사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번 《세계와 손잡고》시리즈는 ‘세계와 손잡고’, ‘서울 소나타’, ‘고요를 위한 선’, ‘VR 정원’, ‘동쪽에서 온 편지’의 총 5개 영상으로 구성되었다. 이날치, DJ진욱, 사운드아티스트 정진화, 엘트라바이 박소희, 해파리 박민희가 각각 참여하였다.
1. 세계와 손잡고 (이날치) Wrap Around The World
2. 서울 소나타 (DJ진욱) Seoul Sonata
3. 고요를 위한 선 (정진화) Zen for the Loner
4. VR 정원 (엘트라바이 박소희, 정진화) VR Garden
5. 동쪽에서 온 편지 (해파리 박민희) Letters from the East
NJP x KF 1. 세계와 손잡고 (이날치)
1988년 방송된 동명의 백남준 작품에서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의 코미디언 앨 프랭큰과 모비우스 박사로 분한 배우 톰 데이비스가 우주선처럼 꾸며진 스튜디오에 등장하여 민족주의, 전쟁과 폭력, 환경파괴에 관해 이야기 나눈다. 그리고 이 인물들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2022년 서울의 판소리 밴드 이날치와 접속한다. 백남준의 <과달카날 레퀴엠>(1977) 속 2차 세계대전 기록 영상 클립들을 뒤따르는 이날치의 <여보나리> 퍼포먼스는 동양과 서양, 고전과 팝의 경계를 없애며 인류의 화합을 노래한다.
NJP x KF 2. 서울 소나타 (DJ진욱)
1975년 뉴욕의 앤솔로지 필름 아카이브에서 백남준은 여러 대의 턴테이블을 앞에 두고 오늘날 디제잉을 연상케 하는 <플럭서스 소나타 4번> 퍼포먼스를 한 바 있다. 이로부터 구상된 ‘서울 소나타’는 최근 유튜브 등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음악 플레이리스트 형식으로 콘텐츠를 구성하였다. 백남준의 위성방송 프로젝트 시기였던 1980년대의 실험적인 신스웨이브 장르 대중가요 음원을 DJ진욱이 디제잉하며 백남준의 아카이브 비디오와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
NJP x KF 3. 고요를 위한 선 (정진화)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담은 독일 WDR 방송국의 다큐멘터리 <백남준 – 아방가르드는 당당하다>(1977)에는 백남준이 바이올린에 줄을 매달아 끌고 다니는 <걸음을 위한 선> 퍼포먼스 장면이 나온다 ‘고요를 위한 선’은 그가 드론으로 환생한 모습을 상상하며, 광활한 자연 속 홀로 드론에 매달려 유유히 지나가는 신발을 통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던 백남준의 작업 여정을 표현하고자 했다. 영상 속 소리는 사운드 아티스트 정진화의 작품이다.
NJP x KF 4. VR 정원 (엘트라바이 박소희, 정진화)
백남준의 <TV 정원>(1974/2002)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백남준아트센터에 상설 전시되고 있는 이 작품은 자연과 테크놀로지가 하나의 유기체와 같은 공간을 이루며, 다양한 식물들과 여러 대의 텔레비전 화면을 함께 보도록 권하는 작품이다. ‘VR 정원’은 최근 각광 받고 있는 OSV, 단순하게 반복되면서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어 묘하게 기분 좋아지는 비디오 문화에 착안하여 보태니컬 디자이너 엘트라바이 박소희가 연출하였다.
NJP x KF 5. 동쪽에서 온 편지 (해파리 박민희)
국가무형문화재 가곡 이수자이며 해파리HAEPAARY로 활동 중인 박민희의 목소리로 백남준의 드로잉이 가곡으로 재탄생한다. 백남준아트센터 소장품인 <무제(율려조양)>(2001)에서 백남준은 여섯 가지 밝은 소리와 여섯 가지 어두운 소리로 음양을 고르게 한다는 뜻의 율려조양(律呂調陽)을 비롯해, 일월영측(日月盁昃) 진수열장(辰宿列張), 한래서왕(寒來暑往) 추수동장(秋收冬藏), 운등치우(雲騰致雨) 노결위상(露結爲霜), 시제문자(始制文字) 내복의상(乃服衣裳)이라는 천자문 구절을 적었다. 좋은 세상에 대한 백남준의 인터뷰에 이어 펼쳐지는 신비로운 자연 풍경 위에서 백남준의 글귀는 큰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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