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형제 <궤적(櫃迹) – 기술된 선인(善人)들>, 2022, 싱글채널비디오, 6분, 16:9(FHD), 스테레오 사운드. ⓒ무진형제
전시
함께 만드는 음악의 전시
2022. 4. 1. — 6. 19.
「2022 박물관‧미술관 주간」 함께 만드는 뮤지엄
일시
2022. 4. 1. – 6. 19.
장소
백남준아트센터 2층 VR•AR 라운지
참여작가
노경애, 무진형제, 박승순, 허대찬
기획
도혜린 (독립 큐레이터)
백남준의 1963년 ≪음악의 전시―전자 텔레비전≫은 음악과 미술을 융합하면서 미디어의 의미를 크게 확장시킨 전시였다. 이 역사적 전시를 VR 앱을 통해 관람하고, 기술과 예술에 대해 관점과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기획한 ≪함께 만드는 음악의 전시≫는 창제작자와 매개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람객이 함께 경험을 만들어 나가는 전시이다. 이 공간에서의 경험은 온라인으로도 연결되어 백남준의 ‘미디어’ 아트가 오늘의 가상현실 시대에 주는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도록 한다.
또한 ≪함께 만드는 음악의 전시≫는 네 팀의 창작자, 연구자를 초청하여 백남준 초기작의 VR 경험과 연결하여 예술적, 문화적, 사회적 의견을 각자의 고유한 방식으로 제안하도록 하는 전시이기도 하다. 안무가 노경애의 <보다. 닿다. 있다.>(2022), 미디어 작가 그룹 무진형제의 <궤적(櫃迹) – 기술된 선인(善人)들>(2022), 사운드아티스트 박승순의 <가상 음악 전시회 (초안)>(2022), 그리고 연구자 허대찬의 <웨이포인트: 부퍼탈, 과천, 용인 그리고>(2022)로 구성된다. 네 편의 영상은 5월 10일에 공개되며,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워크숍도 5월 13일부터 진행된다.
작가소개
노경애
안무가, 연구자, 예술 교육가다. 네덜란드 아르테즈 예술대학교(ArtEZ University of the Arts)에서 안무를 전공하였고, 2016년까지 벨기에 콜렉티브 그룹 카브라(CABRA)로 활동했다. 기호, 듣기, 결합과 배치와 같은 단순한 것들을 질문하며 작업한다. 그리고 이 질문들을 예술적 방식으로 사유하며 고유한 안무와 리서치 방법론을 실험해오고 있다. 주로 퍼포먼스를 기반으로 전시와 연구 프로젝트로 작업의 형식을 확장하며 작업의 방법론과 관점을 관람객과 공유한다. 옵/신 페스티벌, 아트선재센터,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백남준아트센터, 삼성미술관 리움, 페스티벌 봄에서 전시하였다.
무진형제
정무진, 정효영, 정영돈 세 명으로 구성된 미디어 작가 그룹이다. 주변의 이야기로부터 낯설고 기이한 감각과 이미지를 포착하거나 동시대 사회적, 기술적 담론을 기반으로 우리 삶의 지형을 탐색하는 작업을 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동시대의 다양한 담론으로부터 발견한 사유의 조각들을 예술적으로 재구성해 의미를 포착한다. 동시대 타임라인 속에 갇힌 복잡한 시대상을 좀 더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며 사유한다. 이를 위해 현재의 공간과 사건들을 신화나 고전 작품의 이미지, 언어 등과 중첩시킨 뒤, 이를 다양한 시대의 기술매체 속에서 제시한다.
박승순
전자음악가 및 뉴미디어 아티스트로, 음악과 사운드를 다양한 기술 또는 매체에 투영하는 작업과 프로젝트를 이어오고 있다. 2021년 국제 컴퓨터 음악학회(ICMC)에서 “혼합 풍경: 혼합 현실에서 청각적 대응을 위한 프레임워크 및 아트웍 개발”이라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현실-인공-가상의 스펙트럼에 따라 변용 가능한 소리풍경(soundscape)의 예술적 활용에 관한 예술, 기술, 산업 간 융합 연구 및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현재 AI 음악기술 기업 뉴튠(주) 사내이사 및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허대찬
예술학과 디자인학을 전공하고, 기술과 미디어 기반의 문화예술 영역 전반에서 연구와 기획을 한다. 특히 기술과 미디어로 조성된 오늘날의 환경과 그 안에서의 현상 및 인간 활동에 관심을 둔다. 현재 미디어문화예술채널 앨리스온(AliceOn)의 편집장, 한국디자인사학회 학술이사, 제주창의예술교육랩의 과학기술랩 파트장으로 활동한다. 미디어아트와 디자인 등의 분야에서 기술문화와 관련된 연구를 기반으로 전시, 교육 및 다양한 연계 프로젝트를 기획, 진행 중이다.
주최
문화체육관광부, 국제박물관협의회 한국위원회, 박물관·미술관 주간 운영위원회
주관
국립박물관문화재단
기획·운영
백남준아트센터
연계 프로그램
워크숍 감각의 언어
일시 2022. 5. 13. – 6. 3. (매주 금, 일)
강사 김재현(작가), 고영래
대상 다채롭고 엉뚱한 (비)예술적 언어를 경험하고 싶으신 분들, 기계에 막연한 거부감 또는 호기심이 있으신 분들, 나이가 장벽이 된다고 느끼시는 분들, 누구나
※ 전시 기간 중 금, 토, 일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가상현실로 구현한 백남준의 1963년 전시 ≪음악의 전시—전자 텔레비전≫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 VR 체험 장면을 기록한 영상은 작가 4팀의 영상 작업과 함께 상시 감상할 수 있습니다.
※ 5월 13일부터 29일까지 매주 금, 일요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현장에서 특별 워크숍을 진행합니다. (사전예약 필수)
문의
031-201-8548
백남준의 《음악의 전시—전자 텔레비전》 가상현실(VR) 앱, 2021
백남준아트센터는 1963년 독일 부퍼탈에서 열린 백남준의 첫 개인전 《음악의 전시—전자 텔레비전》을 가상현실(VR) 기술로 구현하였다. 이 전시는 텔레비전이 미술관에 들어오고, 음악을 전시하였던 현장이었다. 대표작 <랜덤 액세스>는 녹음테이프를 마구 풀어 벽에 붙인 작업으로, 관람객이 직접 테이프를 긁어 원하는 지점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실험 텔레비전>은 방송국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텔레비전 화면을 조작해 교란시킨 작업으로, 백남준은 한 방향으로 흐르는 시간의 법칙을 거스르고자 다양한 실험을 벌였다. 백남준아트센터는 다시 한 번 시간을 극복하고 지나간 전시를 되살리기 위해 단국대학교에 개발을 의뢰하여 VR 앱을 제작하였다. VR은 컴퓨터로 구축된 가상의 공간에서 현실과 유사한 시뮬레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주로 3D 게임 엔진을 통해 개발되기 때문에 체험을 하면 마치 온몸으로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관람객들은 단순히 과거에 전시된 작업들을 눈으로만 감상하는 게 아니라 직접 <총체 피아노>를 두드리고, <랜덤 액세스>의 테이프를 긁어 소리를 내는 등 다양한 감각들을 활용하며 상호작용할 수 있다.
노경애, <보다. 닿다. 있다.>
2022, 싱글채널비디오, 6분, 컬러, 사운드.
노경애는 협연자 김명신, 천영재와 함께 가상현실을 체험하면서 ‘보는’ 행위에 대해 탐구하고, 이를 몸의 움직임으로 표현한다. 가상에서는 모든 경험들이 시각을 통해서 중개된다. 마치 현실에 존재하는 것처럼 어떤 사물이든 만질 수 있지만 이는 실제 촉각과는 무관한, 사물과 몸의 경계가 ‘시각적으로’ 닿는 듯한 현상일 뿐이다. 또한 우리는 컨트롤러를 대체한 가상의 손을 통해 ‘만진다’는 감각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몸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수많은 감각들을 생생하게 불러일으키는 듯하지만, 정작 눈을 감으면 모두 사라져 버리는 VR 경험은 눈에 보이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다. 작가는 이러한 감각을 거꾸로 뒤집어, 우리에게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이를 헤드셋 뒤에 가려졌던 여러 다른 감각들과, VR이 통제하였던 신체의 움직임을 통해 풀어낸다.
무진형제 <궤적(櫃迹) – 기술된 선인(善人)들>
2022, 싱글채널비디오, 6분, 16:9(FHD), 스테레오 사운드.
무진형제는 기술화된 이미지로 영생하는 다양한 존재들을 조명한다. 백남준의 <TV 정원>(1974) 속 식물과 브라운관 TV는 보이지 않는 관리와 처리, 그리고 기술적 대체를 통해 죽거나, 썩거나, 고장 나지 않은 채 현재의 이미지를 유지한다. 작가가 <TV 정원>에 가상으로 풀어 놓은 닭 역시 다른 종의 생명체나 외부의 변화로부터 단절되어 진화나 번식, 생성과 부패에서 벗어나 영원히 산다. 이 모습은 마치 생태계가 기술에 포섭되어 유지되는 미래의 유토피아를 상징하는 듯하다. 닭은 <TV 정원>속 식물처럼 실재할 수도, TV 영상처럼 가상의 이미지일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복제 기술을 통해 교체되거나 기계 장치를 통해 안전하게 보존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세계에서 인간은 닭을 케이지에 가둬 사육하거나, 소비할 필요가 없는 ‘선한 존재’로 남는다. 작가는 영상 속 인공지능의 목소리를 빌려, 모두가 기술이 되어버린 삶을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이는 인간에게 이와 같은 불멸의 삶이 진정 기술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모습인지 질문한다.
박승순 <가상 음악 전시회 (초안)>
2022, 싱글채널비디오, 4분, 컬러, 사운드.
박승순은 ‘시각‘이라는 단일 감각에 의존하는 현 가상현실 기술에 대한 대안으로 소리로 구성된 미래의 가상 세계를 상상한다. 그리고 음악을 물리적인 공간 위에 펼쳐놓은 뒤 관람객의 자유로운 참여와 연주를 이끌었던 백남준의 《음악의 전시》를 오마주하여, ‘가상 음악’을 전시하기 위한 공간을 디자인한다. 이 공간에서 관람객은 시각이 차단된 채 오직 주변의 소리를 통해서만 스스로의 위치나 공간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불분명한 소리 정보는 오히려 개인이 살아온 환경이나 상상력에 따라 공간을 유연하게 재구성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예컨대 가상 음악의 세계에서는 청소기로 만든 소리가 비행기 소리의 재료가 되어 마치 상공을 부유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처럼 관람자는 작곡가이자 건축가로서 음악을 재료로 자유롭게 공간을 변주하고 넘나든다. 더 나아가 이러한 모습은 청취자들이 넘쳐나는 데이터들 속 맞춤형 정보만을 마치 블록을 조립하듯 취사선택할 수 있는 ‘웹 3.0’의 음악 생태계를 암시하기도 한다.
허대찬 <웨이포인트: 부퍼탈, 과천, 용인 그리고>
2022, 싱글채널비디오, 35분, 컬러, 사운드.
웨이포인트는 ‘위성항법시스템(GPS)’이 등장하였던 1980년대에 조종사들이 비행 시 특정 지점을 반드시 표시해 지나가야 한다는 뜻의 군사 용어로 사용되었다. 지금은 게임에도 적용되어, 플레이어가 좌표만 표시하면 캐릭터를 조종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명령을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로 확장되었다. 플레이어들은 웨이포인트 기능을 통해 이동 경로를 계획하면서 서로의 의견을 자유롭게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다. 허대찬은 백남준의 첫 개인전(1963)이 개최되었던 독일 부퍼탈을 출발점으로 삼고, 이 전시에서 파생한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부퍼탈의 추억》(2007)을 경유해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의 《함께 만드는 음악의 전시》(2022)에 착륙하는 경로를 만든다. 그리고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2020’이라는 게임을 통해 이 웨이포인트를 따라 시간축과 공간축을 가상으로 비행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게임 장면을 배경으로 탑승객이자 관람객인 사용자에게 말을 건네면서, 각 지점에서의 기술•문화•사회적 층위를 동시에 읽고 연결한다.